부모님을 오랫동안 모신 자녀와, 명절에만 얼굴을 비춘 형제자매가 상속재산을 똑같이 나눠 가진다면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민법은 이런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기여분 제도를 두고 있지만, 실제로 법원에서 기여분을 인정받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단순히 "내가 더 자주 찾아뵀다", "내가 더 신경 썼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법원이 요구하는 기준은 훨씬 구체적입니다. 이 글에서는 기여분이 인정되는 기준과 청구 절차, 그리고 최근 개정으로 달라진 유류분과의 관계까지 정리합니다.
상담 사례
사례 ① 8년간 병간호한 장남
장남 A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8년간 자택에서 모시며 매달 간병비와 병원비로 약 120만원씩 지출했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상속재산 7억원을 두고 형제자매 3명이 법정상속분대로 3분의 1씩 나누자고 하자, A씨는 그동안의 부양을 이유로 기여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례 ② 부모님 식당을 무급으로 키운 딸
딸 B씨는 대학 졸업 후 12년간 부모님이 운영하던 식당에서 별도 급여 없이 일하며 매출을 늘렸고, 그 사이 부모님 재산은 2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정작 상속 개시 후 오빠 C씨는 "법대로 절반씩 나누자"고만 요구하고 있어 B씨는 억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 기여분은 "특별한" 부양이나 재산 유지·증가 기여가 있을 때만 인정되며, 자녀로서 당연히 해야 할 통상적인 부양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 단순한 동거, 안부 전화, 명절 방문 정도로는 인정받기 어렵고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필요합니다
- 기여분은 공동상속인의 협의가 우선이며, 협의가 안 되면 가정법원에 청구합니다
- 기여분만 단독으로 청구할 수는 없고, 반드시 상속재산분할심판과 함께 청구해야 합니다
- 기여분은 상속재산가액에서 유증 가액을 뺀 금액을 넘을 수 없습니다
- 기여분과 유류분은 원칙적으로 별개의 절차이지만, 2026년 개정 민법(민법 제1008조 단서)으로 기여에 대한 보상 성격의 증여·유증은 특별수익 및 유류분 산정에서 제외되도록 명문화됐습니다
기여분, 어떤 경우에 인정될까요
- 특별한 부양 — 상당한 기간 동거하며 간호하는 등, 부양자 자신과 비슷한 생활수준을 유지시켜 줄 정도로 돌본 경우에 인정됩니다
- 재산의 유지·증가 기여 — 가업에 무급으로 종사하거나 사업자금을 대는 등 피상속인의 재산을 지키거나 늘리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우입니다
- 통상의 부양은 제외 — 민법 제974조에 따른 직계혈족 간 부양의무 범위 안에 있는 생활비·병원비 지원, 안부 전화, 명절 방문 정도는 특별한 기여로 보지 않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 동거가 절대 요건은 아님 — 함께 살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특별한 부양이나 기여를 했다면 예외적으로 인정될 여지는 있습니다
대법원은 성년 자녀가 장기간 부모와 동거하면서 단순한 생계 유지를 넘어 자신과 동일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게 할 정도로 부양한 경우에 특별한 부양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7므513, 520, 97스12). 반대로 말하면 법적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부양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면 기여분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기여분 청구 절차와 계산 방법
- 1단계, 협의 — 공동상속인 전원이 기여분에 합의하면 그대로 확정됩니다
- 2단계, 심판청구 — 협의가 안 되거나 협의 자체가 불가능하면 가정법원에 청구합니다. 이때 "기여분결정 및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의 형태로 상속재산분할심판과 함께 신청해야 하며, 기여분만 단독으로 청구하면 부적법하여 각하될 수 있습니다
- 조정 절차 — 기여분·상속재산분할 사건은 가사비송 마류 사건으로 조정전치주의가 적용되어 원칙적으로 조정을 먼저 거칩니다
- 산정 방법 — 상속개시 당시 재산가액에서 기여분을 먼저 공제한 뒤 나머지를 법정상속분대로 나누고, 기여자에게는 여기에 기여분을 더해줍니다
- 산정 한도 — 기여분은 상속개시 당시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유증의 가액을 공제한 금액을 넘을 수 없습니다(민법 제1008조의2 제3항)
기여분과 유류분은 어떻게 연결될까요
기여분 결정과 유류분 반환청구는 원래 서로 다른 절차입니다. 기여분은 가정법원의 가사비송 사건으로 다뤄지고, 유류분 반환청구는 민사소송입니다. 그래서 종래 판례는 기여분이 정해져 있다고 해서 유류분을 계산할 때 그 금액을 당연히 빼주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기여분을 인정받았다고 해서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 반환청구를 자동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2024년 4월 25일, 기여분을 유류분 산정에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후 2026년 3월 시행된 개정 민법(법률 제21454호)은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을 정한 민법 제1008조에 단서를 신설해,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등으로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증여나 유증은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도록 명문화했습니다. 이 조항은 민법 제1118조에 따라 유류분 산정에도 그대로 준용되므로, 실질적으로 유류분 계산에도 반영됩니다. 부칙에 따라 이 개정 규정은 헌법불합치 결정일인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도 적용되므로, 진행 중이거나 과거 상속 사건이라도 해당 여부를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유의할 점은, 이 규정이 보호하는 것은 "기여에 대한 보상 성격의 생전 증여·유증"이지 기여분 결정 자체를 유류분 소송에서 그대로 항변사유로 쓸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해당 증여가 기여에 대한 보상이었다는 점을 별도로 주장·입증해야 하므로, 이 부분은 반드시 변호사와 함께 사건 구조를 짚어봐야 합니다.
이런 대응은 피해야 합니다
- 증빙자료 없이 구두 주장만 하는 경우 — 간병일지, 병원비 영수증, 계좌이체 내역, 사업장 근무 기록 같은 자료 없이는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 상속재산분할이 끝난 뒤 뒤늦게 기여분만 청구하려는 경우 —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심판과 함께 청구해야 하므로, 분할이 이미 협의나 심판으로 종료된 뒤에는 별도로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 기여분 결정만으로 유류분 문제까지 해결됐다고 오해하는 경우 — 앞서 본 것처럼 두 제도는 요건과 절차가 다르므로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 감정적 대립으로 협의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 — 협의가 가능하다면 심판보다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으므로, 감정과 별개로 협의 가능성은 열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며느리나 사위도 기여분을 청구할 수 있나요?
기여분은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에게만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상속인이 아닌 며느리나 사위가 시부모나 장인·장모를 특별히 부양했더라도 본인 명의로 직접 기여분을 청구할 수는 없고, 배우자인 상속인의 기여로 함께 주장하는 방식 등을 검토해야 합니다.
Q. 형제 중 한 명이 부모님 생활비를 계속 보내줬다면 그것만으로 기여분이 인정되나요?
생활비 지원이 직계혈족으로서 통상 기대되는 부양의무 범위 안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대체적인 경향입니다. 지원 금액과 기간, 다른 형제와의 부양 격차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Q. 기여분은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법에 별도의 청구기한이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상속재산분할심판이 계속 중일 때 함께 청구해야 하므로 사실상 상속재산분할이 마무리되기 전에 청구해야 합니다.
Q. 기여분을 주장하려면 어떤 증거를 준비해야 하나요?
간병일지나 진료 동행 기록, 병원비·간병비 영수증, 계좌이체 내역, 가업 종사 사실을 보여주는 근로 기록이나 매출 자료 등이 대표적입니다. 기여의 시기와 방법, 정도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일수록 도움이 됩니다.
Q.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이미 마쳤는데 뒤늦게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협의가 무효이거나 취소 사유가 있는 등 예외적인 사정이 없다면, 분할이 끝난 뒤 기여분만 별도로 다시 청구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분할 절차 초기에 기여분 문제를 함께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체크리스트
- 부양이나 기여의 기간, 방법, 정도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두었는지 확인합니다
- 간병비·병원비 영수증, 계좌이체 내역 등 금전적 증빙을 모아둡니다
- 가업에 종사했다면 근무 사실과 급여 미수령 여부를 보여줄 자료를 확보합니다
- 다른 공동상속인과 협의 가능성이 있는지 먼저 타진해봅니다
- 협의가 어렵다면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 시 기여분결정 청구를 함께 준비합니다
- 유류분 문제가 함께 걸려 있다면 기여분과는 별도로 쟁점을 정리합니다
- 진행 중이거나 과거 상속 사건이라면 2026년 개정 민법 적용 여부를 변호사와 확인합니다
부모님을 오래 모셨다는 사실만으로 상속재산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요구하는 "특별한" 부양과 기여의 기준을 이해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갖춰두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상속재산분할이 진행되기 전,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변호사와 함께 기여분 주장의 가능성과 전략을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기여분 인정 여부와 유류분과의 관계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